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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보편화되고, 의무교육이 시행되면서 집단은 하나의 동질적인 니즈로 가진 개체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평균 점수, 평균 나이, 평균 키와 몸무게, 평균 소득 등 평균을 다양한 개념에 접목시키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기준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23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시장이나 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과 가치관에서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평균 실종’ 트렌드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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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명품 브랜드의 '세대 확장'을 넘어 '경험의 확장'으로 : 1편

평균 실종의 시대를 맞이하며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보편화되고, 의무교육이 시행되면서 집단은 하나의 동질적인 니즈로 가진 개체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평균 점수, 평균 나이, 평균 키와 몸무게, 평균 소득 등 평균을 다양한 개념에 접목시키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기준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23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시장이나 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과 가치관에서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평균 실종’ 트렌드라고 명명했다.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022년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되기까지 고용의 형태와 안정성, 가계·기업의대응 능력등에 따라피해는 차별적으로적용되었다. 그결과 사회·경제부분에서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는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경제적양극화를 바탕으로부자는 더욱부자가 되고, 그렇지 않은사람들은 소비여력이 축소되었다. 

 

소비 시장은 크게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나뉘면서 중간 가격대나 평균 가격 제품은 발을 붙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산층의 소비를 이끌던 대형마트의 실적은 꺾였지만, 균일가 전문점이나 온라인 저가숍, 해외 직구와 중국 커머스 진입 등으로 저가 가성비 제품이 주력인 곳들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브랜드 다이소는 2023년 사상 처음으로 3조 4,604억원의 매출과 2,61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7.5%, 9.4% 증가한 수치이다.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5천 원을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전년도 다이소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특이할 만한다. 소비 양극화 트렌드 중 합리적인 소비행태가 자리잡으면서 가성비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다이소 매출로 이어졌다. 

 

반면, 새벽 일찍부터 텐트를 치고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줄 서기를 대행해준 후 성공 보수를 받는 아르바이트들, 그리고 인기 제품만을 구매하여 높은 가격을 붙여 되파는 사람들까지 얼마 전까지 백화점 명품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흔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라고 불리는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끊임없는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가격 인상으로 명품 소비가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유행이 될 정도로 명품 구매에 대한 열기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명품 브랜드 소비는 단순히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사회적 지위와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경제적 양극화와 맞물려 일부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며, 타인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한국의 명품 브랜드 구매력이 높은 요즘,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인상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명품’에 대한 고찰 

 

도대체 ‘명품’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명품’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제품’, 영어 ‘Luxury’는 ‘사치, 보기에 고급스럽고 호화로움’을 의미한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데서 명품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독특하고, 차별적이며 고유한 추상적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의 원칙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명품’이라고 하면 앞서의 에루샤와 구찌 등의 패션 브랜드의 가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떠오르는 브랜드의 대다수는 유럽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역사와 문화의 깊이가 있는 파리, 밀라노, 런던 등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미학적 경험을 기반으로 코코 샤넬과 이브 생 로랑 등의 개성 있는 디자이너들을 키워냈고, 디자이너 브랜드가 자연스레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 다음으로 일부 대형 기업이 패션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는 다르게 유럽 국가들은 예로부터 지역사회 단위로 발전해왔으며, 지역별 특색을 갖춘 브랜드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지역별로 한 공방에서 숙련도를 쌓아온 장인들이 많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장인의 전통을 잇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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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는 가죽 학교에서 3년, 에르메스 공방에서 2년, 총 4만 3,000 시간 이상 연습 기간을 거친 장인만이 공식적으로 가방 제작에 투입될 수 있다. 한 명의 장인이 가방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만들기 때문에 가방 하나에 평균 18~22시간, 1달에 6개 정도만의 가방이 완성된다. 완성된 제품에는 장인의 데스크 번호와 제작된 년도가 표시되어 고객이 수선이나 부분 교환을 원할 때 가방이 제작된 데스크로 배달되는 ‘평생 책임 제도’를 운영한다. 

 

이렇듯 명품 브랜드는 그들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 독창적인 디자인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추상적 가치를 전달한다. 제품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이야기와 철학을 함께 소유하도록 유도한다. 즉, 제품의 품질과 기능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을 공유하면서 소속감을 부여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를 구매, 이용할 때 단순한 소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며, 브랜드와의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명품’ 카테고리 내 한국의 위상 

 

명품 소비에 대한 소비자 연구는 경제학에서도 이루어졌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는 사회의 제도적 측면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 쏘스타인 베블런이 그의 첫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심리에서 명품만을 소비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동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수요와 공급 법칙’과는 다르게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코로나 기간 중 해외 여행이 제한된 점이나 노동 및 고용 시장의 불안전성이 확대되면서 생겨난 보상심리가 과시욕과 결합되면서 일반적인 소비자도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그리고 수출 중심의 국가로 훌륭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기조가 생겨나면서 남들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남들보다 뒤쳐지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SNS 상의 인플루언서나 주변 지인의 명품 소비를 보고 자신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결과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명품시장 규모가 21조 9,909억원으로 작년(19조 6,767억원)보다 11.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이후로 세계 7위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도 2022년 한국의 명품 판매 규모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 9,000억원)이라고 밝혔다. 1인당 지출로 환산했을 때 325달러로 한화 약 4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명품 브랜드 간 양극화가 나타난 점도 눈에 띈다. 매출 1조 클럽 브랜드는 증가한 반면 중하위권 브랜드 매출은 축소되었다. 2023년 기준 ‘샤넬’이 1조 7,000억원의 매출로 ‘루이비통’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처음으로 ‘크리스찬 디올’이 1조 원 이상을 매출을 거둬 1조 클럽 브랜드는 ‘샤넬’,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3개로 늘었다. 전년보다 매출이 크게 성장한 비율로는 ‘에르메스’와 ‘크리스찬 디올’, ‘셀린느’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셀린느’는 2년 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을 종료하고 직접 진출한 후 드라마틱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해외 명품 지사 국내 매출 추이 및 신장률 [단위억원]

회사명

브랜드 명

2023 매출

2022 매출

신장률(%)

샤넬코리아

샤넬

17,038

15,900

7

루이비통코리아

루이비통

16,511

16,922

-2

크리스챤디올 쿠뛰르코리아

크리스찬디올

10,456

9,295

12

에르메스코리아

에르메스

7,972

6,502

23

프라다코리아

프라다

5,136

4,927

4

티파니코리아

티파니

3,510

3,590

-2

몽클레르코리아

몽클레어

3,323

2,776

20

셀린느코리아

셀린느

3,072

501

51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명품 브랜드들 

 

세계 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지속적으로 큰 성장세를 보여오던 중국이 코로나 이후 중국 본토에서 명품 구입을 줄어들게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기 회복이 부진한데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침체, 환율 변동 등의 요인이 겹쳐 중국 명품 소비 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판단된다. ‘루이비통’과 ‘디올’, ‘티파니’ 등 75개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는 2024년 중국 영업 실적이 전에 없던 부진을 겪었고, ‘까르띠에’ 모회사 ‘리치몬트’ 역시 2024년 상반기 중국 매출이 전년대비 무려 27% 감소했다. 

 

코로나 시기를 전후로 꾸준하게 시장 규모가 커가는 한국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한국에 브랜드가 소개될 때, 국내 패션기업에 마케팅과 유통 부문을 맡기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앞서 언급했던 ‘셀린느’를 비롯하여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12년 간 한국 시장의 마케팅과 유통을 맡겨오던 ‘톰브라운’도 전년도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하여 직진출의 의지를 밝혔다. ‘질샌더’와 ‘메종 마르지엘라’ 등을 보유한 OTB 그룹도 2022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 종료 후 한국 법인을 설립해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직진출은 인건비와 매장 임차료 등의 고정 비용이 드는 리스크가 있지만, 유통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제품 판매 마진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아시아 명품 소비시장 내 중국의 영향력이 낮아져 중국을 대신하여 한국에 특히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성장하는 한국의 명품 소비시장 규모와 안정적인 매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pop을 비롯한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소비자의 높은 충성도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K-pop 아이돌을 브랜드의 홍보 모델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통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세계적 유명인사, 셀레브리티, 연예인을 브랜드의 홍보 대사인 ‘앰버서더’(ambassador)로 선정하고 있다. 브랜드 엠버서더의 경우에도 글로벌과 로컬로 등급을 분류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글로벌 앰버서더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브랜드 홍보 역할을 수행하며, 로컬 앰버서더의 경우에는 특정 국가 내에서만 브랜드 홍보를 한다. 

 

브랜드의 특정 제품을 비교적 단기간 내에 홍보하는 광고 모델과 달리, 브랜드 앰버서더는 브랜드 자체를 홍보하며 장기간에 걸쳐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즌 런칭쇼나 브랜드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소비자와 소통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이 주된 임무라 하겠다. 그만큼이나 브랜드 입장에서는 앰버서더의 이미지에 흠결이 없으면서도 브랜드가 가지는 고유의 색깔과 비전을 잘 표현하는 사람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2편에 계속>

 

 

 

작성일 :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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